자기도 모르게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기 때문에 일에 집중이 안되고, 남들이 보기에도 이상해 보일까 신경이 쓰이고, 이러다가 큰 병으로 발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호소한다. 사실 눈꺼풀 떨림은 아주 가벼운 생리적인 현상에서부터 약물 혹은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까지 다양한 경우에서 나타날 수 있다.
|
| |
눈꺼풀이 떨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안검 섬유성 근간대경련'이라고 부르는, 질병이라기보다는 근육의 과민 증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눈 밑이 바르르 떨리거나 혹은 실룩거리게 되는데, 몇 번 증상이 있다가 자연히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 주일 간 지속되기도 한다. 본인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떨리는 경우에서부터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거나 떨림이 심해서 신문이나 책을 볼 때 지장을 초래할 정도까지 다양하다.
대부분은 피로, 스트레스나 심한 운동을 하고 난 후 근육의 탈수 현상으로 나타나며, 커피, 차, 드링크류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셔서 근육이 과민한 상태가 되었을 때도 나타난다. 천식약,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다음에도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약물이나 카페인 섭취를 피하고 휴식과 안정을 취하면 수일 내에 좋아지므로,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다. 마그네슘이나 칼슘이 부족한 경우에도 눈꺼풀이 떨릴 수 있다. 간혹 TV에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눈꺼풀이 떨린다는 내용을 듣고 약국에서 마그네슘제재를 구입해 복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마그네슘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거나, 특히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에 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근육 운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
|
다음으로 눈꺼풀 떨림을 보일 수 있는 질환으로는 '반측성 안면경련'이 있다. 이 질환은 대개 눈꺼풀이 실룩거리게 떨리는 증상으로 시작해서 점차 입주위로 떨림이 진행되는 경향을 보인다. 초기에는 앞서 설명한 안검 섬유성 근간대경련과 구분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점차 떨림의 강도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감별할 수 있다. 눈을 깜박일 때 입꼬리가 같이 따라 올라가거나 심하면 눈 주위 근육의 경련이 심해져 눈이 감기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긴장할 때 더 심해지기 때문에 사회 생활에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일종의 '중풍'이라고 생각하여 한의원에서 침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질환은 뇌경색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 먼저, 이전에 말초성 안면마비(한방에서는 구안와사, 와사풍이라고도 한다)를 앓은 후에 손상되었던 신경이 재생되면서 불행히 눈 주위 근육과 입 주위 근육으로 각각 자라나야 할 신경이 붙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눈을 깜박일 때마다 입 주위 근육도 같이 수축되어 움직이게 되어 얼굴 반 쪽이 함께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말초성 안면마비가 없었던 경우에는 뇌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안면신경은 뇌간이라고 불리는 뇌의 깊숙한 곳에서 시작되어 얼굴로 나오는데, 이 주위를 지나가는 혈관이 늘어나면서 안면신경을 자극하다가 나중에는 압박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뇌수술로 혈관의 위치를 바꾸어 주거나 혈관과 신경 사이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물질을 넣어 주어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여 자극하지 않도록 해준다. 다른 뇌수술에 비해 고난도의 수술은 아니지만 드물게 오히려 얼굴이 마비되거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신경외과 의사의 수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
|
|
반측성 안면경련은 뚜렷한 원인없이 오기도 한다. 원인의 유무에 관계없이, 수술의 적응증이 되지 않는 반측성 안면경련은 약물 치료나 흔히 주름살 제거에 쓴다고 알려진 '보톡스'란 신경마비 약물을 주사하여 일시적으로 근육을 약간 마비시킴으로써 떨림을 조절할 수 있다. 보톡스는 주사 후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매일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효과가 적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만 지속되므로 반복 주사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눈꺼풀 떨림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는 얼굴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어서 눈이 감겨 버리는 '메이그증후군'이나 전신 근긴장이상에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 틱 등 이상운동질환이 있으나 드물다. |
눈꺼풀 떨림의 대부분은 피로나 탈수증상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를 하고 카페인 음료를 줄이면 저절로 좋아진다. 그러나 눈꺼풀 떨림이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점차 눈 이외의 근육으로 진행될 때에는 뇌신경이나 뇌혈관 질환에 의한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자세한 신경학적 진찰과 함께 필요한 경우에는 안면신경기능검사나 뇌자기공명영상(MRI)로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을 수 있다. 원인이 안면신경 이상에 의한 경우라면, 증상의 정도나 원인에 따라 약물 치료 혹은 보톡스 주사 치료가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
글/ 오지영 건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www.kuh.ac.kr) |
| | |